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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을 것 같은데...
명품 유모차를 30만원에?..‘유모차 재테크’
기사입력2012-01-19 17:32기사수정 2012-01-20 10:33
▲ 스토케 익스플로리(Xplory) 핑크 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 서초동에 사는 이세연씨(34·여)는 한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스토케를 118만원에 구입했다. 국내보다 60만원 이상 저렴하게 구입한 것. 그는 추후 해당 제품을 중고로 판매했을 때 수익까지 고려할 경우 유모차를 30만원에 산 셈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방배동에 사는 정아연씨(30·여)는 한 달을 기다려 인기가 가장 많은 색상의 스토케를 주문했다. 중고로 되팔 때 인기가 많은 색상은 내놓는 즉시 팔리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조언 때문이다.
프리미엄급 수입 유모차를 끄는 알뜰맘(?)이 늘고 있다. 한 대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구입하는 엄마들이 알뜰하다니 모순 같지만 이씨와 정씨의 사례처럼 되파는 것을 감안하면 1~2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30만~50만원에 불과하다.
국산 유모차 가격은 20만~50만원대다. 수입 유모차를 중고로 되파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중고 유모차 거래 사이트에 1~2년 사용한 후 고가 유모차를 판매 등록한 가격을 살펴보면 정가의 절반 이상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상태가 좋고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결국 저가 유모차는 아이가 자란 후 판매할 수 없지만 고가 유모차는 되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으니 엄마들 입장에서는 손해나지 않는 장사다.
19일 유아용품 업계에 따르면 육아카페와 육아포털을 중심으로 중고 유모차를 거래할 수 있는 경로가 크게 늘었다. 중고 유모차라는 검색어를 입력할 경우 관련 사이트는 줄잡아 30개가량 검색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를 통해 간간이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장터가 크게 열린 셈이다. 육아카페 맘스다이어리가 운영하는 맘스열린장터, 유아용품 직거래 장터 맘스맘, 유모차닷컴, 베이비중고나라 등이 대표적인 중고유모차 거래사이트다. 유모차뿐만 아니라 유아복과 신발 장난감 등도 판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도 중고 육아용품을 만날 수 있는 '굿맘스마켓'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까지 등장했다. 이 앱은 사용자 주변과 지역별 검색을 통해 직거래를 가능케 했다.
이처럼 유아용품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이유는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고가 유모차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유모차 구입 후 되팔면서 일정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고장터에 등록된 유모차를 살펴본 결과 80만원대 퀴니버즈는 50만원대, 179만원인 스토케는 100만원 선이면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9만원대인 실버크로스도 최고 80만원 선이면 구입 가능하다.
최근에는 물품대금만 입금받고 제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옥션, 지마켓 등 온라인몰에서 도입한 안심거래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또 거래 유형을 직접 만나서 제품과 비용을 현장에서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중고 장터가 활발해지면서 아예 중고로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유모차 브랜드를 선택하는 엄마들도 있다. 육아카페 게시판에는 '포장박스를 버리지 말라'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포장박스가 있는 경우 박스가 없는 제품보다 중고로 판매할 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유아용품 업계 관계자는 "중고 시장은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육아포털이나 카페에 올라오는 등록제품은 사이트당 하루 4~5개에서 수십개를 호가하고 있다"며 "일부 엄마들은 중고를 다시 중고로 되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가 유아용품이 나눠 쓰는 문화를 확산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