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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기 통신요금 확 줄이는 법
[동아일보]
“기본요금은 비싼데 정작 무료 통화나 무료 문자메시지를 다 쓰는 달은 거의 없더라고요.”
2010년 6월 기본료 4만4000원짜리 요금제로 2년 약정을 맺고 갤럭시S를 구입했던 주부 오모 씨(45)가 통신사를 바꾼 이유를 설명하며 말했다.
오 씨는 지난달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인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로 통신사를 옮겼다. 기기 할부금을 포함해 매달 6만 원이 넘게 나오던 휴대전화 요금이 2만 원대로 줄었다. SK텔레콤에서는 월 통화시간 200분, 문자메시지 250건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를 다 쓴 적이 별로 없다. 그나마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뒤에는 문자메시지를 단 한 건도 쓰지 않은 달도 있었다. 데이터는 주로 와이파이망을 사용했다.
오 씨가 가입한 헬로모바일 요금제는 기본료 2만 원에 무료통화 150분, 문자메시지를 200건 쓸 수 있다. 오 씨는 “무료 통화량이나 문자메시지는 부족하지 않고 데이터도 주로 와이파이를 써서 아직까지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 요금폭탄의 대안, ‘반값 전화’ MVNO
MVNO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처럼 최근 등장한 서비스를 잘 활용하거나 중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MVNO는 이동통신망이 없는 기업들이 SK텔레콤이나 KT 등 기존 통신사의 망을 싼값에 빌려 제공하는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통신사처럼 네트워크 설비투자나 마케팅에 큰돈을 쏟아 붓지 않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하다.
MVNO 선불 요금제는 기본료가 아예 없다. 후불 요금제도 이동통신사 기본료와 비교할 때 최대 50% 싸다. 기존 통신망을 그대로 빌려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도 차이가 없고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가 약 72만 명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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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VoIP와 중고폰으로 만드는 가벼운 고지서
카카오톡의 ‘보이스톡’과 같은 mVoIP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동통신망에서는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사용에 제한이 있지만 와이파이 상태에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통화 품질도 괜찮다.
특히 이동통신사에서 받은 무료통화를 다 썼을 때 mVoIP를 통해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mVoIP 서비스업체 스카이프는 3세대(3G) 상태에서 유선전화나 다른 무선전화로 걸 수 있는 정액제 요금상품을 판다. 월 1만4100원에 5시간(300분) 무료 통화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추가 통화요금이 분당 약 100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50%가량 저렴하다는 것이 스카이프 측의 설명이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동통신사에서 파는 중고 휴대전화(SK텔레콤의 에코폰, KT의 그린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신요금 고지서를 자세히 보면 기기 할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데 이를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의 T 에코폰 중고장터에서는 출고가가 80만 원대인 삼성전자의 중고 갤럭시S2를 30만 원대에 판매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애플도 아이폰의 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됐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기반이 되는 통신망을 구축한 이동통신사들은 울상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이 이통사에서 OS 개발사와 단말기 제조사로 이동하면서 이통사들은 신종 서비스 등장에는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사업자 간 가입자를 뺏기 위한 진흙탕싸움만 벌이는 실정이다.
◆애플, 시장 주도권을 쥐다
2007년 7월 미국 뉴욕의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을 처음으로 구입한 사람이 제품을 손에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아이폰의 등장은 전 세계에 스마트폰 돌풍을 몰고 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재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는 3각 편대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전자다. 이 중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주역이다.
애플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이던 고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이라는 신무기를 선보였다. 기존에도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너무 쓰기 어려웠다. 전화기를 컴퓨터처럼 쓰기 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은 간단히 아이콘만 누르면 바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고 미국의 2위 이통사업자인 AT&T를 통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스스로 음악·영화·애플리케이션 장터를 만들어 이를 유통했고, 이통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기존 이통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휴대전화에 덧붙이고, 콘텐츠도 직접 유통했지만 아이폰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이는 한국의 이통사들이 아이폰의 도입을 망설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를 마음대로 끼워넣을 수 없는 아이폰을 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KT가 결국 2009년 아이폰을 도입했고, 국내 이통시장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급변하기 시작하면서 이통사들의 입지는 대폭 약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도입으로 이통사의 영향력이 악화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될 걸 알았다고 해도 시대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운영체제(OS)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이폰의 핵심은 생태계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에 필요한 음악, 영화, 앱 등 모든 생태계를 ‘애플’이라는 테두리 안에 만들었다. 아이폰의 유통으로 이통사는 데이터 시장에서의 기회를 새로 얻었지만, 콘텐츠 유통·서비스의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것과 같은 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이통사들은 애플에 맞서거나 견제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폰의 제조·보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아이폰과 달리 이통사가 직접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운영할 수 있는 등 열린 환경을 채택하면서 이통사들의 환영을 받았다.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면서 안드로이는 애플의 iO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모바일 OS가 됐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 역시 자체 앱 유통 장터가 있고 열린 시장은 신종 서비스를 낳으며 또다시 이통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이통사 갈 길을 잃다
현재 모바일 시장은 OS를 가진 애플과 구글, 구글을 발판으로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떠오른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업체가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자사 기기 간 무료 문자 서비스인 ‘아이메시지’와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이용한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운용한 데 이어, 지난 11일(현지시간) 페이스타임을 이동통신망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사들은 제조사대로 자사의 앱 장터를 열고,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등 자체 생태계를 주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여기에 스카이프와 보이스톡 등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까지 가세했다.
이통사는 문자에 이어 영상·음성 통화 서비스까지 상대적으로 싼 데이터 이용료만 내고 쓸 수 있게 된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이통사의 음성 수익은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데이터 수익이 크게 늘면서 음성 수익 하락분을 보전하고 있지만 업계는 각종 신규 서비스의 등장으로 음성 수익 감소 폭이 급격해지면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통사들이 mVoIP의 데이터 사용량 제한에 나서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음성 수익의 감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새로운 전기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면서 이 또한 제 살 깎아먹기 싸움이 되고 있다.
매년 수조원대의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여전히 수조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이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냉랭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이통업계 내부에서부터 “사업 다변화와 함께 업체 간 경쟁을 자제하고 경영 합리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